제1부 · 24 · 초고

돌아가는 길

징집병들이 고향으로 흩어지고 아우는 검은 옥패와 명부의 단서를 들고 강호로 향한다.

전선이 해산되자 군호에 속한 병사와 임시 징집병은 서로 다른 줄에 섰다. 아우 같은 민가 출신에게는 귀향 문서가 내려왔다. 전쟁이 끝난 다음 날 모두 풀려난 것은 아니었다. 포로를 인계하고 짐수레를 돌려보내고, 돌아갈 마을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래도 몇 해 만에 목적지가 적의 진지가 아닌 자기 집이라는 사실이 낯설었다.

강만수는 아우의 창끝을 마지막으로 살폈다. “삼재검법이 너를 고수로 만들어 주진 않았다.” “압니다.” “그래도 네 뒤에 서는 사람은 전보다 덜 무섭겠지.” 아우는 만수에게 절을 했다. 만수는 답례 대신 마칠과 오대산의 물건을 담은 작은 꾸러미를 건넸다. 마을에 돌아가 가족을 만난다면 이름부터 말해 달라고 했다.

소호는 같이 걸었다. 석두는 오른손으로 귀향 문서를 접으며 “마을 낫은 누가 갈아 놓았을까” 물었다. 곽삼복은 지팡이를 짚고 늦게 합류하기로 했다. 열일곱 명이 함께 떠났던 길로 같은 열일곱 명이 돌아갈 수는 없었다. 아우는 그 숫자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살아 돌아가는 세 사람의 발소리만 들었다.

고향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석두는 베껴 둔 날짜가 적힌 종이를 아우에게 주었다. 제갈세가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같은 날 서로 다른 군에 보내진 군량과 이동 명령이 적혀 있었다. 검은 옥패는 여전히 아우의 품에 있었다. 언젠가 도움을 청할 징표인지, 누명을 씌울 증거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당장 어느 문파에도 찾아가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면 한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싶다. 그러다 밤이 되면 마칠의 웃음과 대산 형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내가 찌른 사내의 얼굴도. 전쟁에서 배운 것은 사람을 쓰러뜨리는 법보다 그 뒤에 남는 것을 견디는 법에 가깝다. 그래도 나는 아직 누가 우리를 그 골짜기로 보냈는지 알고 싶다.


산길을 돌아 마을의 지붕이 보였다. 아우는 소호보다 앞서 뛰지 않았다. 삼 년 전 출정하던 날에는 저 길 끝에 다시 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집에 도착해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전하고 살아 있는 이들을 만난 뒤, 그는 다시 길을 떠날 것이다. 그때부터가 검을 들고 강호에 들어가는 아우 자신의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