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11 · 초고

창을 세우는 법

첫 훈련에서 아우는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만으로는 대열을 지킬 수 없음을 배운다.

첫날 훈련은 창을 찌르는 법이 아니었다. 선임 병사 구대흥(具大興)은 아우 일행을 빈 둔덕에 세우고, 북이 한 번 울리면 멈추고 두 번 울리면 왼편의 깃발을 보라고 했다. 햇빛에 눈을 찡그린 석두가 깃발을 놓쳤다. 세 줄이 그의 등에서 차례로 멈춰 섰다. 뒤의 병사가 욕을 하려는 순간 구대흥이 먼저 소리쳤다. “한 사람을 밀면 앞줄 열 사람이 넘어져.”

오전에는 방패를 든 줄 뒤에서 창끝을 어깨 높이로 내밀었다. 아우는 손바닥이 약해 창대가 자꾸 아래로 기울었다. 진노야에게 배운 대로 발을 돌려 비켜서려 하자 구대흥이 창대를 내리쳤다. “여긴 혼자 피하는 자리가 아니다. 네가 빠지면 옆사람 옆구리가 열린다.” 아우는 발을 제자리에 붙이고 소호의 팔꿈치가 닿는 거리만큼 서 있었다. 혼자서는 살 수 있던 한 걸음이 이 자리에서는 다른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점심 무렵 배급 솥이 늦었다. 보급 수레가 우물 앞에서 뒤엉킨 탓이었다. 곽삼복은 옆 기가 받은 묽은 죽 한 그릇을 밀어와 아우에게 내밀었다. “반이나 먹어. 넌 넘어질 듯해.” 아우가 고개를 저었다. “형 것은요?” 삼복은 웃으며 주인이 누구였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잠시 뒤 빈 그릇을 찾던 낯선 병사가 이쪽을 훑었다. 삼복은 끝내 눈을 돌리지 않았다. 아우는 배고픈 사람을 돕는 손과 남의 몫을 빼앗은 손이 같을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았다.

오후에는 둔덕 건너편에 허수아비를 세웠다. 앞선 전투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가 짚 속에 젖은 천을 넣었다. “창이 들어가면 이렇게 무겁다.” 첫 병사가 밀자 천이 창날에 엉겼다. 소호가 창을 세게 뽑아 뒤에 선 석두의 뺨을 긁었다. 얕은 상처였지만 피가 보였다. 소호는 제 창을 내려다보며 웃을 말을 찾지 못했다.

유석두는 화살이 닿는 거리 표시를 잘못 읽었다. 멀리 놓인 작은 표지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우가 대신 읽으려 하자 구대흥이 둘을 떼어 놓았다가 다시 나란히 세웠다. “전장에서는 네 눈이 쟤 눈이다. 다만 쟤가 알아듣게 말해. 괜찮다고만 하면 둘 다 죽어.” 아우는 석두에게 표지가 보이지 않을 때 손등을 두 번 두드리라고 했다. 석두는 검은 점이 있는 손을 들어 보였다.

대산은 다리를 숨기려다 행군 끝에 뒤꿈치를 까졌다. 마칠은 자기 천을 찢어 감아 주었고, 밤에 쓸 천이 모자라자 구대흥이 낡은 천 조각을 던졌다. “부상자를 숨기면 네 기가 모두 멈춘다.” 대산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지붕을 고치던 손으로 마칠의 붕대를 다시 묶었다.

이틀째 저녁, 정보부대의 기수가 먼 길에서 돌아왔다. 안장 아래로 누군가의 마른 피가 흘러 있었다. 전백린이 지도에 새로 표시한 여울 하나를 가리키자 총지휘관 한무경은 모든 부대의 출발을 하루 미뤘다. 멀리서 북 연습을 하던 소리가 멈췄다. 전투를 빨리 끝내고 싶은 자가 욕을 했고, 하루 더 살았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자도 있었다.

아우는 밤에 소호, 석두, 대산, 삼복, 마칠과 같은 불가에 앉았다. 소호가 말했다. “형들, 전장에 가면 적이 우리처럼 겁먹었는지 보일까?”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아우는 어머니가 꿰매 준 안감을 손끝으로 눌렀다가 손을 뗐다. 내일도 함께 서고 싶었다. 그러나 여섯 명 모두가 다음 불가에 앉으리라고 약속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