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14 · 초고

선 하나를 넘지 못하고

아우는 수련을 거듭하지만, 가장 가까운 싸움에서도 아직 약하다.

석두가 눈을 떴을 때 왼편 이불 아래가 평평했다. 그는 아우가 건넨 물을 오른손으로 잡으려다 그릇을 엎질렀다. 아우는 젖은 이불을 치우려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석두가 스스로 그릇을 세울 때까지 기다렸다. “내 손등에 있던 점, 기억하냐.” 석두가 물었다. 아우가 끄덕였다. “이젠 네가 기억해.”

그 뒤로 아우는 훈련이 끝난 밤마다 물통을 두 개 세워 두고 그 사이를 걸었다. 먼저 왼발, 뒤에 허리. 진노야가 보여 준 태허회신의 첫발만 되풀이했다. 손을 상대의 창에 얹는 다음 동작은 아직 기억보다 몸이 느렸다. 발꿈치가 돌에 걸리면 처음부터 다시 했다. 낮에는 창을 들고 대열에 섰으므로, 밤에 떨리는 손을 내리는 것부터 연습해야 했다.

형산세가의 형관호가 사천세가의 젊은 호위와 함께 지나가다 걸음을 멈췄다. “그렇게 빙빙 돌면 적이 기다려 주냐?” 사천의 호위가 웃었다. 형관호는 자신의 검집으로 물통 하나를 쓰러뜨렸다. 아우가 바로잡으려 하자 그가 검집을 아우 가슴 앞에 내밀었다. 아우는 배운 대로 옆으로 돌았으나 발이 먼저 엉켰다. “이걸 누가 무예라고 가르쳤어? 가르친 사람 이름에 먹칠하지 마라.” 아우는 진노야의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

그들이 떠나자 소호가 물통을 세워 주었다. “내가 옆에서 찔러 볼까?” 아우는 고개를 저었다. 다친 친구의 얼굴을 다시 보는 일이 두려워서였다. 그럼에도 혼자 서면 발이 조금씩 움직였다. 한 번 할 수 있었으니 다음에도 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었다. 날이 바뀌어도 아우가 넘는 선은 한 뼘 남짓이었다.

다음 날 배급 줄에서 병사 송원갑(宋元甲)과 시비가 붙었다. 송원갑은 패전 뒤 다른 백호소에서 옮겨 온 정규군이었다. 그는 아우가 석두 몫의 죽그릇까지 들고 있다고 생각해 그릇 하나를 가져갔다. “부상자에게 줄 거예요.” 아우가 손을 뻗었다. 송원갑은 그릇을 놓지 않았다. “명부에 없는 한 그릇은 뒤쪽 아이들이 못 먹어.” 아우는 배급표에 석두 이름이 적혀 있다는 걸 보였다. 송원갑은 글씨를 읽을 틈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밀어붙이자 아우를 떼어 내려 했다. 그 순간 그의 손이 아우의 어깨를 세게 쳤다.

“놔요.” 아우가 이번에는 그릇이 아니라 송원갑의 팔을 잡았다. 송원갑은 몸을 한 번 틀어 아우의 손목을 빼고, 다리 바깥쪽을 걸었다. 아우는 배운 첫발을 떠올렸지만 사람 사이에 발 디딜 틈을 찾지 못했다. 등으로 흙바닥에 떨어졌다. 일어서기도 전에 송원갑이 아우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아우가 몸을 돌려 빠져나가려 하자 주먹이 뺨에 닿았다. 몸에 힘이 풀렸다. 주위의 병사들은 싸움이 커질까 봐 뒤로 물러났고,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다.

구대흥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릇부터 내려.” 배급표를 확인하자 석두의 이름이 있었다. 송원갑은 그릇을 돌려주고 입술을 닦았다. “앞에서 말했어야지.” 아우도 사과하지 못했다. 죽이 흙에 반쯤 쏟아진 걸 보니 누가 먼저 옳았는지 묻는 말까지 싫어졌다.

형관호가 멀리서 이 광경을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제는 그에게 분노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평범한 병사 하나도 이기지 못한 자기 몸을 피할 길이 없었다. 소호가 어깨를 잡으려 하자 아우는 잠깐 손을 피했다. 스스로 그랬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그날 밤 아우는 선을 다시 그었다. “할 수 있어.” 입 밖에 낸 말이 텅 비어 들렸다. 두 번 발을 옮기고 세 번째에 넘어졌다. 그는 흙을 털고 석두에게 가져갈 물그릇을 먼저 씻었다. 돌아와 한 번만 더 발을 옮겼다. 강해졌다는 증거는 없었다. 다만 오늘 자신이 남에게 받은 분함을 내일 약한 사람에게 돌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설지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