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갑에게 맞은 다음 날, 아우는 창병 대열의 맨 뒤로 옮겨졌다. 새 백호 강만수(姜萬守)는 그의 부은 뺨을 한 번 보고 말했다. “싸움은 졌다며. 오늘 걸음까지 질 거냐?” 아우가 대답하지 않자 만수는 창을 쥔 손가락부터 고쳐 주었다. 손을 너무 세게 죄면 열 걸음도 못 가 창끝이 내려간다고 했다.
만수 휘하에는 소호와 곽삼복, 마칠, 다리를 저는 오대산도 있었다. 석두는 절단한 자리가 아물 때까지 보급소에서 장부 읽는 일을 도왔다. 소호는 열을 세다 꼭 아홉에서 헷갈렸다. “적이 열 명이면 아홉 명만 상대하자.” 마칠이 웃자 만수는 “열 번째가 널 찌른다”고 했다. 웃음은 짧았지만 그날 오후 대열의 발은 조금 덜 엉켰다.
만수의 훈련에는 비기가 없었다. 서로 창끝이 닿지 않을 간격, 앞사람이 넘어지면 한 걸음 물러설 자리, 북이 끊겼을 때 찾아야 할 자기 조의 깃발. 아우가 혼자 재빨리 옆으로 피하자 만수가 멈춰 세웠다. “네 왼편이 비었다. 소호 목이 거기로 들어온다.” 아우는 소호를 보았다. 소호는 웃지 않았다.
새벽에는 창을 든 채 젖은 둑을 오르내렸다. 발이 미끄러진 소호가 웃으며 굴러 내려가자 만수는 창끝을 먼저 세우고 손을 잡아 주었다. “전장에선 네가 넘어질 때 적도 기다려 주지 않아.” 아우는 소호보다 빨리 올라가려고 보폭을 키웠다가 또 한 번 넘어졌다. 소호가 “누가 더 멀리 구르나 겨루자”고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흙을 털어 주면서도 먼저 일어났다는 말을 꼭 덧붙였다.
만수는 허름한 검집에서 나무칼을 꺼냈다. “창이 부러지면 이것밖에 없다. 삼재검법을 배워라.” 천은 위에서 내려오는 힘을 옆으로 흘리고, 지는 낮은 자리를 막고, 인은 옆사람과 거리를 다시 잡는 세 기본 길이라고 했다. 이름이 크다고 세상을 가르는 검은 아니었다. 아우는 첫날 천을 열 번 하고도 팔이 내려갔다. 송원갑은 그 옆에서 마흔 번을 끊지 않고 했다. 아우는 그 숫자를 기억하지 않으려다 밤에 혼자 마흔한 번을 셌다.
다음 날 그의 손목은 부어 있었다. 만수는 검을 빼앗고 물통을 들게 했다. “어제 남보다 하나 더 했지? 오늘 하나도 못 하는 걸 더하거라.” 아우는 송원갑에게 진 뒤부터 그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지 않았다. 보지 않으려 할수록 발소리를 먼저 알아챘다. 송원갑이 물통을 한쪽 들어 주자 고맙다는 말을 하기가 더 어려웠다.
그가 도와준다고 내가 진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가 나보다 오래 훈련했다는 것도 안다. 나는 그 사실을 자꾸 빼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가 가진 힘을 미워할 수 있으니까. 오늘 밤에는 연습을 쉬라고 들었는데, 쉬면 내일 또 뒤처질 것 같다. 그러다 손목을 더 망쳐 진짜로 아무도 지키지 못할까 봐 겁도 난다.
만수는 저녁에 아우를 불러 창 대신 짧은 막대 둘을 들게 했다. 한 막대는 적의 창, 다른 하나는 소호의 어깨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아우가 크게 돌아 막으면 둘째 막대가 소호의 자리를 쳤다. 그는 하루 종일 서 있던 대열을 손바닥만 한 간격으로 다시 배웠다. 제대로 막은 날에도 만수는 칭찬하지 않았다. “그대로 열흘 해 봐.”
나는 혼자서도 못 이기고, 남과 서면 남을 위험하게 만든다. 만수는 내게 창을 들 자격이 있다고 한 적이 없다. 그저 내일도 같은 자리에 서라고 한다. 오늘은 그 말조차 명령보다 벌처럼 들렸다.
밤에 발을 다시 옮겨 보았다. 몸은 익숙한 쪽으로 빠지려 했다. 나는 멈추고 소호가 서 있을 자리를 흙에 표시했다. 몇 번이고 그 선을 밟았다. 그러다 그만뒀다. 아무도 보지 않으니 그만둬도 되는 밤이었다.
며칠 뒤 군량 수레 하나가 빈 채 돌아왔다. 호위병은 길을 잘못 들었다고 했고, 마차꾼은 정해진 이정표가 전날 밤 옮겨져 있었다고 했다. 소호가 몰래 바퀴 자국을 보러 가자고 속삭였지만 아우는 석두에게 줄 약재를 먼저 찾았다. 둘은 보급소 앞에서 그 수레가 원래 의원 천막으로 갈 예정이었다는 것만 확인했다.
강만수는 아이들의 말을 장부 담당자에게 전하고 더 쫓지 말라고 했다. “흔적을 보고하는 건 너희 일이다. 범인을 잡겠다고 밤길에 나가면 내일 명부에 너희 이름 두 줄이 더 생긴다.” 아우는 그 말이 못마땅했다. 그러면서도 밤길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다. 자신의 안도감이 싫어 그는 창을 다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