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16 · 초고

강을 건너는 검

본진으로 가는 길의 전투에서 아우는 강호의 절정고수들을 처음 본다.

외곽 훈련장은 해체됐다. 강만수의 백호소는 북쪽 나루를 지나 본진의 전투부대에 합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석두는 후송 수레에 올랐고, 소호는 수레 옆에서 “내가 길을 잃으면 네가 끌어라” 하고 웃었다. 아우는 웃다가 수레의 빈 왼편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만수는 길에서 세 번 멈춰 간격을 바로잡았다. 해가 기울 무렵 본진의 깃발이 강 건너에 보였다.

나루의 얕은 여울에서 화살이 먼저 날아왔다. 반란군 하문량의 창대가 명군의 선두를 붙들고, 보르테무르의 기병 일부가 갈대밭을 돌아 수레 쪽으로 움직였다. 강만수는 자기 백호소를 돌무더기 뒤에 세웠다. “고수 구경하지 마라. 네 앞의 발을 봐.” 아우는 그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강가에 선 사람들에게 눈을 빼앗겼다.

화산의 유청림이 검을 낮게 내렸다. 하문량의 창병 셋이 차례로 찌르자 그는 「낙매삼절」의 첫 변화를 썼다. 왼쪽 창대를 비껴 흘리고, 두 번째 창의 손목을 검등으로 눌렀다. 세 번째를 베려는 순간 발밑 자갈이 밀렸다. 그는 제자에게 물러나라고 외치며 반 걸음 뒤로 옮겼다. 잇따른 세 칼은 한 줄처럼 보였으나, 그 한 줄을 만들려고 몸이 얼마나 정확히 멈추고 돌아섰는지 아우는 따라볼 수 없었다.

맞은편의 곡철위가 말을 버리고 둑에 올랐다. 그는 긴 창으로 「철산개로」를 펼쳤다. 창끝이 검을 따라가지 않았다. 검수가 되돌아갈 자리의 흙을 먼저 찍고, 창자루로 옆의 방패를 밀어 길을 닫았다. 유청림의 제자가 그 틈에 들어섰다가 팔을 다쳤다. 유청림이 검을 세워 제자를 빼냈다. 두 사람은 서로 한 번씩 물러났다. 가까운 병사들은 그 짧은 공백을 살 길로 삼아 강둑 아래로 빠졌다.

사천세가의 장로 독수 당유백은 물가에서 「금사반수」로 날아온 투창의 자루를 걸어 옆으로 돌렸다. 그 앞에 마교의 혈월사 연자희가 짧은 곡도로 뛰어들었다. 연자희의 「혈월반참」은 머리를 겨눈 듯하다가 허리 아래를 향했다. 당유백이 소매를 찢기며 비키자, 연자희도 수레를 막는 창병들의 밀집 앞에서는 더 들어오지 못했다. 고수들의 초식이 열어 놓은 길을 실제로 지키는 것은 다시 병사들의 발과 창이었다.

당유백이 손가락 사이의 짧은 침을 꺼냈다. 「금사반수」의 손끝이 연자희의 곡도 아래로 스쳤다. 바람에 흔들린 소매 끝이 갈라졌지만 침은 그녀의 팔에 닿지 않았다. 연자희는 당유백이 서 있는 쪽이 아니라 뒤의 약상자를 보았다. “가주께서 보낸 약까지 전공으로 쓸 셈인가?” 당유백은 그 말을 듣고 침을 거뒀다. 쓸 수 있는 기술과 써도 되는 기술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

멀리서 화산의 백소진은 「매화검법·낙매삼식」으로 세 갈래 창끝 사이의 틈을 찾았다. 첫 검은 큰 붉은 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상대 손목의 움직임을 좁히는 작은 궤적이었다. 그 뒤의 2대 제자 전유가 너무 넓게 따라 그리자 칼끝이 동료 소매를 베었다. 백소진이 목덜미를 잡아 뒤로 세웠다. “매화는 네가 멋있어 보이려고 피는 게 아니다.” 전유는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다음에는 소매를 건드리지 않았다.

곤륜의 1대 제자 경무(景武)는 높은 돌 위에서 「설봉검로」의 수평 베기로 뒤따르는 관군에게 길을 가리켰다. 화산 제자들이 반 걸음 먼저 나가자 그는 더 빨리 뛰려 했다. 서담이 그의 검등을 누르며 말했다. “저 아이들을 이기러 온 게 아니라 같은 수레를 건너게 하러 왔다.” 경무는 뛰는 대신 돌 아래의 보급병을 잡아끌었다. 전유와 눈이 마주쳤지만 서로 인사할 틈은 없었다.


나는 저들이 싸우는 동안 창을 한 번도 제대로 내밀지 못했다. 부러웠다. 특히 유청림의 제자가 다쳤을 때, 저 사람도 완전하지 않구나 하고 기뻐했다. 그러고는 그 생각을 감추려고 더 열심히 창을 쥐었다. 내가 지닌 것과 저들이 지닌 것은 처음부터 달랐다고 말하면 편했다. 선택받은 몸, 선택받은 스승. 나는 그 어느 것도 받지 못했다고.

하지만 강둑에서 제자를 끌어낸 유청림의 손도 떨리고 있었다. 그걸 보고도 나는 아직 그가 부러웠다. 노력하면 언젠가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말보다, 애초에 갈 수 없는 자리라고 단정하는 편이 오늘은 쉬웠다.


강만수가 아우의 창자루를 밀었다. “네 왼쪽.” 소호 옆으로 빈틈이 났다. 아우는 겁에 질려 반 발 비켜섰다가 다시 그 자리를 막았다. 적을 쓰러뜨리지 못했지만, 수레가 지나갈 동안 창끝을 내리지 않았다. 본진의 북이 가까워지자 반란군은 더 깊이 들어오지 않고 물러났다. 명군도 쫓지 않았다. 강에는 다친 사람을 건져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나루를 지켰다는 보고가 올라가자 본영에서 술 한 항아리와 이틀치 휴식 명령이 내려왔다. 함께 돌아온 병사들끼리만 마시라는 말은 없었으나, 솥 둘레에 앉은 사람들은 자꾸 빈자리를 피해 자리를 좁혔다. 만수는 항아리를 받아 들고 먼저 강에서 건져 온 부상병들에게 뜨거운 물을 돌렸다. 술은 그 뒤였다. 승전이라 적힌 서찰을 본 사람도 그 말을 크게 읽지는 않았다.

마른 장작이 튀자 맞은편의 임덕수(林德洙)가 다듬은 손톱으로 소매를 털었다. 마흔을 넘긴 그는 글을 아는 사람처럼 점잖게 말했고, 자기 고향에는 기와집 세 채와 소작을 부리는 논이 있다고 했다. 아우가 “그럼 어째 징집되셨어요?” 하고 묻자 덕수는 미소를 지었다. “나라의 은혜를 갚으려 왔지. 나는 원래 남의 앞에 서는 사람이다.” 그때 덕수의 손목에 수레 끄는 인부들이 쓰는 낡은 끈 자국이 보였다. 아우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고, 일부러 묻지도 않았다.

곽삼복은 주먹만 한 흉터가 뺨을 가로지르고 웃을 때마다 목소리가 사나웠다. “앞에 서는 사람이라면 다음 번엔 내 뒤에 숨지 마시오.” 덕수가 얼굴을 굳히자 삼복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우리 어머니는 장터에서 뜨거운 떡을 팔아 나를 키웠소. 돌아가면 그 노점 천막부터 새로 쳐 드릴 거요. 오늘 살아남은 건 효도가 아니라 운이 좋았던 거고.” 그는 아우의 젖은 짚신을 보고 자기 마른 천 조각을 발 앞에 던졌다. “감고 자. 발이 썩으면 내일 네 창은 누가 들지?”

마칠은 아우와 같은 나이였다. 술은 입술에만 대고 소호 쪽으로 잔을 밀었다. “나는 겁나면 먼저 옆사람을 봐. 누가 나를 믿고 서 있는지 알면 발이 조금 덜 떨려.” 덕수는 “그런 마음으로는 오래 못 산다”고 했다. 마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죠. 그래도 누군가 넘어지면 끌고 나올 겁니다. 우리 마을에서 나도 그렇게 살아남았으니까.” 그의 집은 언덕 아래 작은 방앗간이었다. 쌀겨가 옷에 붙어 어머니가 늘 야단쳤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는 손목에 묶인 실을 만졌다.

아우는 덕수의 말에도, 삼복의 말에도, 마칠의 말에도 한 번씩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옳으냐고 물으면 금방 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덕수처럼 살아 돌아갈 수 있다면 남의 눈을 속이는 일쯤은 참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마칠을 비겁하다고 부를 수도 없었다. 잔 바닥의 술은 맵고 목을 태웠다. 어머니가 우물 줄을 갈던 날의 집 냄새가 문득 났다. 나는 살아서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일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될까. 그는 잔을 다 비우지 못했다.

강만수가 불씨를 모래로 덮을 때 마칠이 아우에게 말했다. “네 어머니한테 돌아가면 나도 방앗간 이야기 전해 줘.” 아우는 “네가 직접 하라”고 대꾸했다. 마칠은 웃으며 신발 끈을 고쳐 묶었다. 덕수는 잠자리를 가장 바람이 덜 드는 수레 뒤로 옮겼고, 삼복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불침번의 빈 시간을 메웠다.

밤에 본진의 명부를 새로 쓸 때 아우는 유청림과 곡철위의 이름을 들었다. 그는 그들의 초식을 흉내 내 보려다 발을 헛디뎠다. 소호가 보고 웃었다. “넌 오늘 내 왼쪽에 있었어. 그걸 먼저 익혀.” 아우는 성이 났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한참 뒤에야 그는 창을 세우고 내일 설 자리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