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17 · 초고

남은 자리의 무게

첫해의 작은 전투가 마칠을 앗아가고 아우에게 말하지 못할 안도감을 남긴다.

그해 늦가을, 전투부대 일부가 하구의 좁은 길을 확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본대 삼만 명이 한꺼번에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만수의 백호소는 선발대의 후미를 지켰다. 비가 그친 진흙에는 발자국과 수레바퀴 자국이 뒤섞여 어느 편이 먼저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첫 화살은 앞줄이 아니라 수레를 끄는 노새에 박혔다. 겁먹은 짐승이 옆으로 뛰며 길을 막았다. 만수는 추격하지 말고 후미의 짐수레를 돌리라고 했다. 앞줄에서 누군가 “퇴각”을 외쳤으나 북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우는 소호의 등만 보고 걸음을 맞췄다.

도랑 건너에서 말 탄 지휘관이 손을 내렸다. 궁수들은 길 위 사람을 향해 계속 쏘지 않았다. 놀란 노새가 수레를 가로막자 그때 비로소 양쪽 풀숲의 창병이 길로 올라왔다. 만수는 “수레를 버리면 물을 잃는다”는 전령의 말을 듣고도 수레 뒤에서 싸우지 않았다. 노새를 먼저 풀어 길가로 돌리고, 창병을 둑 위로 올려 수레가 뒷걸음질 칠 시간을 벌었다. 적의 전술이 수레를 멈추는 데 성공했음을 알아도 그것을 되돌릴 힘은 없었다.

마칠은 물통을 지키려고 마지막 수레 쪽으로 갔다. “한 통이라도 들고 갈게!” 소호가 말렸지만 그는 허리를 굽혀 이미 끈을 풀었다. 둑 위의 아우에게는 두 사람이 모두 보였다. 수레 옆의 마칠과 자기 옆에 선 소호. 적 창끝이 소호에게로 꺾였을 때 아우는 한 걸음 막았다. 바로 그 걸음을 쓰느라 수레가 기우는 소리를 듣고도 달려가지 못했다. 바퀴가 돌에 부딪힌 뒤 마칠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곽삼복은 마칠을 꺼내려고 물통을 던졌다. 힘이 좋던 그도 노새가 끌어당기는 수레를 들어 올릴 수는 없었다. 만수가 후퇴하라고 두 번 외쳤다. 삼복은 세 번째에야 물러났다. 나중에 아우는 물통이 아니라 마칠의 신발 한 짝이 진흙에 남아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 어느 병사가 가져왔는지 알지 못했다.

마칠은 마지막 수레의 물통 끈을 풀다가 바퀴 아래 넘어져 있는 어린 짐꾼을 보았다. “물은 버려!” 그는 먼저 아이의 어깨를 잡아 도랑 쪽으로 밀었다. 짐꾼은 빠져나왔지만 마칠의 발은 수레 턱과 돌 사이에 끼었다. 노새가 날뛰자 바퀴가 한 번 더 움직였다. 그때 아우의 앞에는 창끝이 들어왔고 뒤에는 소호가 있었다. 그는 몸을 비껴 창을 놓치지 않았지만 마칠 쪽으로 가지 못했다. 곽삼복이 달려갔을 때 마칠은 바퀴 아래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우는 마칠의 손목 실과 목에 있던 점 셋을 보았다. 모닥불 앞에서 다음 이야기를 하자던 말이 떠오른 것은 한참 뒤였다.

임덕수는 뒤의 수레 틈에 몸을 넣었다. 적이 후미로 돌자 그는 방패를 버리고 죽은 병사의 겉옷으로 제 군복을 가렸다. 퇴각 길에서 짐꾼인 척 물통을 들었고, 명군의 깃발이 보일 때 다시 대열에 들어왔다. 아우는 그가 혼자 살아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덕수가 자신에게 “남의 앞에 서는 사람”이라고 했던 밤이 떠올랐다. 그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내가 그 방법을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 들어, 아우는 더 괴로웠다.

마칠이 밀어낸 짐꾼은 살아서 만수의 곁으로 왔다. 아이는 “형이 물통보다 나를 먼저 잡았어요”라고 했다. 만수는 이름을 물었고, 아이는 자기 이름보다 마칠의 이름을 먼저 말했다. 아우는 그 말을 적어 두고 싶었지만 손이 떨려 붓을 잡지 못했다.

만수는 남은 사람을 둑 너머로 이끌었다. 반란군은 더 쫓아오지 않았다. 수레를 지키려던 열두 명 가운데 네 명이 돌아오지 못했고, 다른 조의 손실은 아직 셀 수 없었다. 아우는 살아 있는 소호의 어깨를 붙잡았다가 곧 손을 뗐다.


마칠이 쓰러질 때 나는 소호가 살아 있다는 생각부터 했다. 곧이어 내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났다. 마칠을 떠올린 건 그다음이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내 마음은 이렇게 순서를 정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그때 마칠에게 갔다면 나도 죽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할수록, 나는 더 비겁해졌다.


장계에는 후미 호위 네 명 전사, 물통 세 개 손실이라고 적혔다. 군량 담당 부관은 “물통은 다시 채우면 된다”고 말했다. 강만수가 마칠의 이름을 적어 달라고 요구하자 부관은 “이름은 군적에 있다. 여기엔 수만 맞으면 된다”고 답했다. 만수는 장계를 빼앗지 않았다. 복사해 둔 자신의 명부에 마칠의 이름과 집으로 돌려보낼 물건을 적었다.

그날 저녁, 만수는 아우에게 왜 마칠을 구하지 않았느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같은 길을 걸으며 멈추는 위치를 세 번 바꾸게 했다. “다음에도 모두를 못 데려올 수 있다. 그래도 그때 네가 어디 설지 연습해 둬.” 아우는 네 번째 걸음에서 넘어졌다. 만수는 다시 시작하라고 했다.

며칠 뒤 보급소의 장부에서 사라졌던 약재 수레가 하구 길을 지나간 기록이 발견됐다. 기록의 날은 매복보다 빨랐고, 지시를 내린 사람의 칸에는 인장이 찍혀 있었지만 이름은 없었다. 석두가 그 줄을 손가락으로 짚자 만수는 장부를 덮었다. “지금은 베끼기만 해. 원본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 손에 두어야 한다.” 누구 손인지는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