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19 · 초고

비가 그친 골짜기

두 번째 큰 접전에서 오대산을 잃고, 아우는 전장의 명령에 섞인 수상한 빈칸을 본다.

이듬해 봄, 반란군을 쫓는 명군은 비가 그친 골짜기로 들어갔다. 언덕 양쪽에 궁수와 쇠뇌병을 두고 가운데를 지나면 된다는 명령이었다. 강만수는 물이 말라 붙은 길을 손으로 쓸었다. 새 발굽 자국이 있었다. “기병이 먼저 지났어.” 전령은 이미 봉인된 행군 명령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골짜기 안에서 첫 함성이 터졌다. 노진백의 하구수군이 도랑을 건너 뒤를 막고, 곡철위의 예비 기병이 위쪽 길로 돌아왔다. 곡철위의 회색 말은 비탈에서도 속도를 잃지 않았다. 그는 창자루로 전열의 틈을 가리키며 “거기만 열어!”라고 외쳤다. 명군의 장수 강이준이 철갑을 두른 갈색 말로 그 앞을 가로질렀다. 두 사람의 창이 쾅 하고 부딪혔다. 말이 서로 비켜 선 뒤에는 두 진영의 보병이 그 좁은 틈을 차지하려 달려들었다.

아우의 조가 돌무더기를 지킬 때 옆 병사의 도가 적의 투구를 스쳤다. 서걱, 금속과 가죽이 갈리는 소리였다. 아우는 한 사람의 창을 밀고 소호의 방패 뒤로 물러났다. 배운 대로 한 걸음 비껴선 순간 화살 하나가 귀 옆을 지나 돌에 꽂혔다. 누가 쏘았는지는 보지 못했다. 그는 빈틈을 메우기 위해 다시 앞으로 갔다. 뛰어난 무공처럼 보일 움직임은 아니었다. 세 차례 더 같은 자리를 지키자 종아리가 떨렸다.

그보다 앞서 수레를 지키던 작은 싸움에서도 창이 부러진 적이 있었다. 아우는 삼재검법의 첫 길을 생각하고 도를 위에서 내렸다. 힘으로 적을 찍으려는 순간 손목이 늦어 오히려 자기 옆구리가 열렸다. 강만수가 두 사람 사이에 창자루를 넣지 않았다면 그는 거기서 끝났을 것이다. 밤에 그는 나무칼로 같은 동작을 스무 번 되풀이했다. 다음 번에는 한 칼로 적을 꺾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몸을 가리는 거리를 먼저 찾았다.

이번 골짜기에서 화살이 귀 옆을 지나간 순간 아우의 앞발은 이상할 만큼 조용히 옆으로 놓였다. 돌이 젖어 있었는데도 발꿈치가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움직인 걸 한 박자 늦게 알았다. 몸이 익힌 오래된 한 걸음이었지만, 창을 든 손은 여전히 떨렸다. 그는 그 움직임을 흉내 내겠다고 다시 시험하지 않았다. 뒤에서 소호가 부른 위치로 돌아가 창끝을 세웠다.

오대산은 다친 왼다리로 후미 수레의 짐꾼들을 이끌었다. 바위가 굴러내리자 그는 어린 신병 둘을 마른 물길로 밀었다. 이어 날아온 화살이 어깨 아래를 뚫었다. “아이들 먼저.” 대산은 아우가 붙들자 그렇게 말했다. 아우는 두 신병을 데리고 돌무더기를 돌아 나왔다. 다시 돌아갔을 때 대산은 숨을 쉬지 않았다. 오른손의 화상 흉터가 흙 위에 드러나 있었다.


대산 형은 나에게 두 아이를 맡겼다. 나는 둘을 살렸고 형을 두고 왔다. 누가 잘했다고 말할 때마다 조금 안심했다. 그런 내 마음이 싫었다. 그날 밤에는 발을 옮기는 연습도 창을 드는 일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 누워 내일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시 같은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강만수는 전투 보고를 올리며 골짜기 안에 먼저 들어간 병력과 후미의 사상자를 따로 적었다. 군량 담당 참모는 “후미의 희생 덕에 수레가 보전됐다. 적절한 손실”이라며 숫자만 고쳤다. 만수는 “오대산”이라는 이름을 다시 적었다. 참모는 눈도 들지 않았다. 석두가 오른손으로 베껴 둔 다른 장부에는 며칠 전 이 골짜기에서 사라진 보급 수레의 날짜가 남아 있었다.

누군가 적이 기다릴 만한 길을 골랐고, 누군가 그 길에 수레를 먼저 보냈다. 아우는 그 사실만 알았다. 두 명령에 찍힌 흐릿한 인장은 닮았지만 같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강만수는 원본을 품에 넣고 “본영으로 가면 이걸 물을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질문이 사람을 지킬 수도, 남은 사람까지 죽일 수도 있다는 걸 아우는 이제 알았다.

장례 뒤 소호가 창 두 자루를 가져왔다. “오늘도 안 할 거냐?” 아우는 소호가 자신보다 빨리 일어나 대열로 돌아온 게 샘났다. 그 마음을 들키기 싫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한 번만.” 둘은 비어 있는 대산의 자리 앞에서 열 번 걸었다. 아우는 횟수를 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