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정한 지 세 해가 흘렀다. 겨울마다 막히던 길은 봄에 다시 열렸고, 봄에 얻은 나루는 여름마다 물에 잠겼다. 처음의 삼만 명은 같은 얼굴로 남아 있지 않았다. 새 군호와 징집병이 빈자리를 메웠고, 반란군도 흩어졌다가 다른 깃발 아래 모였다. 명군은 나루와 고을을 더 확실하게 지켰지만, 지도에서 색이 바뀐 만큼 백성의 삶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아우는 열여덟이 되었다. 강만수에게 처음 배운 삼재검법의 세 기본 길은 이제 아우의 몸에 남았다. 천·지·인의 이름이 붙었지만, 아우에게는 내려 베고 가로 막고 한 걸음 물러서는 순서였다. 그는 저녁마다 목검을 들었다. 팔이 저리면 창을 잡고 같은 발을 반복했다. 멋진 초식보다 창끝이 동료 어깨 너머로 흔들리지 않는 일이 어려웠다.
그 시작은 첫해였다. 만수가 처음 세 길을 보여 주었을 때 아우는 이름만 외웠다. 이듬해에는 눈이 녹아 질척한 땅에서 내려 베는 칼을 멈추는 법을 배웠다. 진흙에 발을 깊이 넣으면 검이 먼저 지나가고 몸이 남았다. 세 번째 봄에는 눈을 감고도 소호의 창대가 오는 방향을 발소리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남보다 많이 휘두른 날보다 같은 발을 아프지 않게 다시 놓은 날을 더 오래 기억했다.
둘째 겨울 초소에서는 얼어붙은 창대를 천으로 감고 훈련했다. 아우는 손바닥이 찢어져도 쉬지 않으려 했고 만수는 하루를 쉬게 했다. 억지로 일어나던 아우에게 석두가 한 손으로 쓴 명부를 보여 주었다. 글자가 삐뚤어도 날짜와 이름을 놓치지 않는 장부였다. “쉬는 날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아우는 그 말을 듣고 병사들의 짚신 끈을 갈았다. 나무칼은 다음 날 들었다.
여름의 후송로에서는 도병 송원갑과 다시 마주 섰다. 몇 해 전 죽그릇 때문에 그에게 맞은 일을 아우는 아직 잊지 못했다. 송원갑이 모의 창을 내밀자 아우는 이기고 싶은 마음에 정면으로 막았다가 손목을 다시 놓쳤다. 두 번째에는 이기는 대신 비켜섰다. 송원갑이 “그렇게는 날 못 쓰러뜨려”라고 하자 아우는 “지금은 네가 내 뒤의 병사를 못 치잖아”라고 답했다. 둘은 처음으로 다툼 없이 창을 거뒀다.
셋째 해에 만수는 더는 횟수를 세어 주지 않았다. 아우는 소호의 보폭을 보고 스스로 창을 들었다. 어떤 날에는 제법 오래 버텼고, 어떤 날에는 새로 온 신병의 뜻밖의 찌르기에 나무칼을 떨어뜨렸다. 그런 날이면 ‘나는 아직 고수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안도했다가, 그 생각이 또 그만두기 좋은 핑계라는 걸 깨달았다. 돌아온 뒤에는 넘어진 자리를 흙에 그려 놓고 다음 날 똑같이 서 보았다.
강만수는 삼재검법의 세 이름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했다. 병사들이 들고 다니기 편한 가르침일 뿐이었다. 아우가 “그럼 고수의 검법은 어떻게 다릅니까?” 묻자 만수는 “네가 오늘 건너야 할 다리부터 건너라”고 했다. 그 말이 서운해서 아우는 다음 날도 나무칼을 들었다. 며칠 뒤 후송로에서 창이 부러졌을 때 그는 세 번째 길의 짧은 막기로 검을 밀고 병사 한 명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제야 만수에게 보이고 싶었던 동작이 사람을 살리는 데 쓰였다는 걸 알았다.
새 신병이 아우를 보고 “고수십니까?” 묻자 소호가 먼저 웃었다. “고수는 무슨. 밥 먹을 때도 발부터 맞추는 놈이야.” 아우는 웃지 않은 척했지만 기분이 좋았다. 다음 훈련에서 신병이 자기를 흉내 내다 넘어지자, 그 좋은 기분이 부끄러워졌다. “내가 멋있어 보여서 따라 하지 마. 네 뒤에 누가 있는지 보고 서.” 만수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나왔다.
실전에서 아우는 한 번 막고 두 번 물러날 때를 구분하게 됐다. 물러나는 첫발에는 오래전 몸에 새긴 이상한 여유가 있었다. 창끝이 닿기 직전 위험의 선을 벗어나면 다시 대열로 돌아갈 시간이 생겼다. 아우는 그것을 누가 가르친 무공이라고 설명하지 못했다. 강만수도 묻지 않았다. 다른 병사에게는 지독하게 살아남은 창병의 발놀림으로 보였다.
한밤중 초소의 횃불이 꺼졌을 때 적의 창끝이 어둠에서 나왔다. 아우는 옆으로 발을 옮기며 창대가 있을 자리를 손바닥으로 더듬었다. 공격을 되돌려 주려 하자 몸이 느렸다. 그러나 창끝은 그의 갈비뼈가 있던 곳을 지나갔다. 그는 소리부터 질러 옆 초소를 깨웠다. 병사들이 달려왔을 때 적은 이미 달아났다. 만수는 횃불을 다시 붙이며 “오늘 널 살린 건 발이냐, 옆 사람을 부른 입이냐”고 물었다. 아우는 둘 중 하나만 고르지 못했다.
그 뒤 아우는 그 한 걸음을 따로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어떤 밤에는 몸이 먼저 반응했고, 다른 날에는 같은 자리에서 넘어졌다. 이름을 붙이면 반복해서 쓸 수 있으리라고 믿고 싶었지만 자기조차 설명할 수 없었다. 아우가 할 수 있는 훈련은 익숙한 창의 거리와 짧은 검의 막기뿐이었다.
나는 예전보다 잘 싸운다. 그 말을 생각하면 마칠과 대산 형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살아남아 익힌 것을 그들은 익힐 시간이 없었다. 소호는 그걸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도 밤이면 또 비교했다. 저 강호인은 한 칼에 길을 여는데 나는 셋을 세고도 늦다. 그러다 내 옆 신병의 창끝이 떨리면, 오늘 내가 설 자리는 거기라는 걸 기억했다.
강만수의 부대는 호송로를 지키고 포위된 병사들을 두 차례 데려온 공으로 표창을 받았다. 만수는 죽은 사람의 이름부터 읽어 달라고 청했으나 상관은 살아남은 부대의 성과를 먼저 말했다. 석두가 장부에 이름을 적는 동안 아우와 소호는 대열 뒤에 섰다. 칭찬을 듣는 게 기쁘면서도, 다음 명령에는 그 칭찬이 이유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예상은 맞았다. 최후의 토벌을 위해 관군이 재편되자 만수의 부대는 돌파 선봉으로 옮겨졌다. 본영의 지도에는 반란군의 오래된 병력과 기병만 적혀 있었다. 아우는 지도 바깥쪽, 아직 이름을 쓰지 않은 산길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