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는 새벽의 군령을 아우와 소호 앞에서 읽었다. “우리가 먼저 건너 흙둑을 잡는다. 본대가 건너올 때까지 물러날 수 없다. 교대 시각은 정해져 있지 않다.” 곽삼복이 “한 번 뒤로 빠질 길은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만수는 다리 양끝의 방패와 수레 사이 틈을 가리켰다. “부상자는 거기로 보낸다. 대열 전체가 돌아올 길은 본대가 만드는 수밖에 없다.” 아우는 누가 그렇게 정했는지 묻고 싶었다. 만수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만수도 같은 질문을 이미 했을 얼굴이었다.
강 건너의 진형은 이상했다. 눈에 띄는 북쪽 고지의 기병은 먼저 치지 않았고, 흙둑 중앙의 창병들은 명군 선봉이 올라서기 좋게 간격을 벌렸다. 숲은 조용했다. 적이 약해서가 아니라 누군가 저들을 흙둑까지 부르려는 듯했다. 조경산은 갈색 말 위에서 “저 숲에서 무엇이 나오든 창을 세울 곳을 남겨라”고 명했다. 한무경의 봉한 군령은 아직 취소되지 않았다. 전백린의 숲 정찰병도 돌아오지 않았다.
마지막 전투의 아침, 강만수의 백호소는 얕은 강을 건너 흙둑을 잡았다. 출전한 사람은 여든아홉. 군적상의 백호소 정원보다 적었다. 명군 전투부대의 앞줄이 도하하면 보급 수레와 궁수들이 다리를 건너고, 그다음 예비대가 진형을 넓힐 계획이었다. 조경산은 큰 갈색 말을 타고 강가를 오르내리며 깃발의 간격을 확인했다. “적이 밀려도 쫓지 마라. 수레가 건널 길을 지켜라.”
반란군 지도자 윤도겸은 농민병을 뒤로 빼고 피란민의 통로를 열어 달라는 전령을 보냈다. 곡철위는 군을 지키려 흙언덕을 잡았으나 결전을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보르테무르의 기병이 멀리서 먼지를 일으키자 명군은 그쪽을 향해 방패를 돌렸다. 바로 그때 강가 숲에서 붉은 마교 기와 검은 악왕곡 기가 동시에 펼쳐졌다. 정보부대 전백린의 정찰 명부에는 두 깃발도, 두 고수의 이름도 없었다.
마교 혈염마군 백리혁은 말을 타지 않았다. 그는 낮은 둑을 걸어 올라오며 「혈염구환」의 사슬날을 돌렸다. 첫 원은 방패 윗모서리에 걸렸고, 다음 원은 방패와 함께 병사의 팔을 옆으로 잡아당겼다. 쩡! 창 세 자루가 그를 막았지만 가운데 창자루가 꺾였다. 백리혁은 열린 틈의 병사를 베고 뒤로 한 발 빠졌다. 뒤따른 검수들이 틈을 넓혔다. 고수 한 사람이 수백 명을 죽인 게 아니었다. 한 사람이 만든 좁은 구멍으로 수십 명이 들어왔고, 밀집한 창병은 제 창을 돌릴 자리마저 잃었다.
“창 낮춰! 옆사람을 봐!” 강만수가 외쳤다. 아우는 소호 옆에서 한 걸음 물러나 창을 세웠다. 앞줄 신병이 “크아악!” 하고 쓰러지자 그를 붙들려고 손을 내밀었다. 만수가 손목을 쳤다. “지금은 뒤로 끌어!” 둘이 신병의 갑옷을 잡아 빼는 동안 다른 병사가 그 자리를 메웠다. 신병은 살아 있었지만, 그를 대신한 병사의 목에는 검이 닿았다. 아우는 어느 쪽을 먼저 살려야 했는지 계산할 수 없었다.
청성의 이대 제자 양설은 산문 앞에 늘 서 있던 푸른 소나무를 떠올렸다. 새벽에 사형들과 검을 맞출 때면 나뭇가지의 물방울이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곳에서 자신은 언젠가 장로에게도 지지 않는 검객이 되리라 믿었다. 지금 양설의 검집에는 다친 병사의 피가 묻어 있었다. 어제 산에서 내려온 막내 제자가 “돌아가면 다시 겨뤄요”라고 했지만, 그의 뒷모습은 의관 천막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조명원은 제자들이 좁은 둑에 길게 늘어서자 간격부터 바로잡았다. 청성 본산에서 아침마다 들리던 종소리와 젖은 돌계단의 감촉이 문득 발끝에 닿는 듯했다. 제자들을 한 사람씩 데리고 돌아가려면 자신이 먼저 서야 했다. 예전에는 언젠가 더 높은 경지에 닿아 강호에 이름을 남기리라 생각했으나, 이제는 그 종소리를 함께 들을 얼굴을 세고 있었다.
청성의 제자 열둘이 의원 천막을 지키러 둑 아래로 내려왔다. 장로 현죽도인 조명원은 「현죽연검」으로 악왕곡 곡주 냉혼왕 단유백의 손목을 두 번 찔렀다. 단유백은 짧은 철갑으로 첫 검을 흘리고, 두 번째에는 몸을 비틀어 칼끝을 옆구리로 받았다. 그 대가로 조명원의 검을 가까이 묶었다. 「악왕쇄혼수」의 장력이 검집 아래 빈 가슴을 쳤다. 둔탁한 퍽 소리 뒤에 조명원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피를 토하면서도 제자들에게 의원을 먼저 데려가라고 했다.
제자 둘이 장로를 부축하자 악왕곡의 도수들이 빈 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도 하나가 젊은 제자의 어깨에서 가슴까지 내려왔다. 서걱. 다른 제자는 스승을 놓지 않으려다 등에 창을 맞았다. “사형!” 누군가 외쳤지만 그 소리의 주인이 다음 순간 보이지 않았다. 단유백은 쓰러진 장로를 끝내려 다가왔다. 조명원은 마지막 힘으로 검끝을 땅에 박아 그 발을 늦췄다. 세 번째 제자가 그의 도포를 잡아끌어 의원 천막 뒤로 데려갔다.
의관을 업고 달리던 청성의 막내 제자가 둑 가장자리에서 넘어졌다. 단유백 뒤의 도수가 그의 등에 칼을 박았다. 막내는 양설과 약속했던 다음 비무를 떠올렸다. 자기 검이 왜 이렇게 느린지 화가 났다가, 산문 앞 소나무 밑에 두고 온 나무검을 누가 치울지 걱정했다. 손에서 검이 떨어지자 그 생각도 끊겼다. 양설은 이름을 불렀지만 그를 가지러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가 끌고 가는 들것에는 아직 숨 쉬는 병사가 있었다.
화산의 고송검 유청림은 그들을 돕기 위해 제자 여덟과 둑을 돌았다. 백리혁의 사슬이 위에서 내려오자 유청림은 「낙매삼절」의 두 번째 변화로 날을 검등에 걸었다. 철과 철이 부딪힌 소리가 귀를 찔렀다. 그는 세 번째 변화를 잇지 못했다. 사슬의 반대쪽 날이 돌아와 왼쪽 어깨를 깊게 찢었다. 유청림은 검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손목에 칼자루를 눌렀다. 제자 하나가 그 앞을 가로막았고 목덜미에 날을 맞았다. 백리혁은 쓰러지는 아이를 돌아보지 않았다.
유청림이 피를 흘리며 “흩어지지 마라”고 외쳤다. 그러나 화산 제자들은 스승을 구하러 하나씩 뛰어들었다. 셋은 사슬날을 피했으나 뒤의 마교 검수들이 그들을 갈라 놓았다. 짧은 비명과 병장기가 땅에 닿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 유청림은 눈앞의 제자를 붙잡으려다 어깨가 풀려 주저앉았다. 그가 아끼던 여덟 중 넷이 더는 일어나지 않았다.
유청림은 피가 스며든 왼쪽 소매를 보고 화산의 새벽길을 생각했다. 오래된 매화나무 아래에서는 백소진이 늘 다른 제자보다 먼저 검을 뽑았다. “스승님, 산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떠나기 전 백소진이 했던 말이다. 검끝을 겨루던 아이들이 쓰러지는 동안 장로는 눈앞의 사슬 하나를 막는 데 온 힘을 써야 했다. 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겠다던 젊은 날의 꿈이 무슨 소용인가. 그는 제자 한 명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 대신 잘린 검집 끈이 발밑에 닿았다.
전유는 앞서 벌판에서 백소진에게 꾸중을 들었던 그 넓은 매화검을 이번에는 작게 접었다. 「매화검법·회매」로 사슬이 돌아올 자리를 검등에 태워 흘렸다. 백리혁의 첫 날을 막아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그러나 뒤이어 마교 검수 둘이 양쪽으로 들어왔을 때는 더는 검을 돌릴 공간이 없었다. 1대 제자 백소진이 그들 사이에 뛰어들어 전유의 등을 밀었다. 전유는 살아서 유청림을 끌어냈고, 백소진은 마지막으로 화산의 제자들이 서 있는 쪽을 보다가 무릎을 꿇었다.
백소진은 무릎을 꿇은 채 전유가 스승을 끌어내는 것을 보았다. 매화가 지는 자리에 새 꽃이 피는 검법이라고 배웠다. 그는 언젠가 절정의 경지에서 그 말을 알아내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전유가 달릴 만큼 길이 열렸다는 것뿐이었다. 산문에서 사부와 제자들이 검집을 털던 흰 돌, 거기에 내년 봄에도 꽃잎이 떨어질까. 그 질문을 마치지 못하고 검을 놓쳤다.
청성의 양설은 의원 천막에서 조명원의 이름을 부르다 대답이 없자 밖으로 달렸다. 허영이 그녀를 붙잡았다. “제자들부터 데리고 나가.” 양설은 “사부는요?”라고 물었다. 허영은 답을 못 한 채 「현죽연검」의 낮은 찌르기로 뒤쫓는 악왕곡 도수를 막았다. 그의 칼이 적의 칼집에 걸리자 팔꿈치가 벌어졌다. 양설은 들것으로 그 사이를 밀어 두 사람을 떼어 놓았다. 기술의 우열을 따질 틈 없이, 구호용 들것이 검보다 빨리 그들을 살렸다.
곤륜의 경무는 서담이 무릎에 화살을 맞은 것을 보고 언덕 위까지 적을 쫓으려 했다. 화산의 전유가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너희 장로가 길을 지키라 했잖아.” 경무가 “너희가 우리보다 먼저 오르려 하지 않았나” 하고 쏘아붙였다. 전유는 처음으로 “그래서 우리가 사람을 잃었다”고 말했다. 두 제자는 말다툼을 멈추고 수레길에 서서 뒤따르는 신병의 발을 맞췄다.
곤륜 장로 서담이 말에서 내려 자신의 검수들을 왼쪽 수레길에 세웠다. 그는 백운검의 넓은 궤적으로 달려오는 기병의 앞을 막고, 말과 맞붙는 대신 그 뒤의 통로에 창병을 불렀다. 화살이 무릎 위에 박혔다. 서담은 뽑지 않고 검집을 지팡이처럼 세웠다. “날 보지 말고 깃발을 봐!” 곤륜 제자들은 장로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버텼지만, 그가 한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수레와 의원 천막이 모두 열리는 자리였다.
조경산이 큰 말을 몰고 그 통로로 들어왔다. 창이 백리혁의 사슬을 한 번 밀어냈고, 곡철위의 창이 반대편에서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두 장수는 서로를 쓰러뜨릴 틈보다 자기 병사를 물릴 길을 찾았다. 백리혁이 사슬을 다시 돌리자 조경산의 말 옆구리에 날이 스쳤다. 말이 무너졌고 장수는 굴러 떨어졌다. 깃발을 다시 세울 때까지 중앙의 북이 들려도 어느 대열이 움직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아우는 곽삼복의 팔을 잡으러 뛰어든 순간 백리혁의 사슬과 곡철위의 창이 교차하는 선에 끼었다. 곡철위가 창을 되돌리는 길이 눈으로는 보였는데 몸이 따라갈 자리는 없었다. 쇠사슬 끝이 부러뜨린 창대가 아우의 오른쪽 어깨를 때렸다. 그는 흙둑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오른쪽 어깨가 저려 한동안 창자루를 다시 쥘 수 없었다. 다시 고개를 들자 백리혁은 사슬을 감아 제 몸 앞의 빈자리를 만들고, 곡철위는 발을 비껴 그 빈자리를 빼앗고 있었다. 빠른 손보다 먼저 달라진 건 두 사람의 발이었다.
아우는 맞서려다 그만두고, 예전에 노인이 시키던 첫걸음처럼 발바닥을 짧게 옆으로 옮겼다. 언뜻 물러나는 모양이었으나 그대로 구르던 돌과 두 고수의 공격선 사이에서 몸 하나 들어갈 틈이 생겼다. 사슬날은 그의 옷자락만 찢었다. 그는 왜 그 틈이 생겼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노인의 걸음과 저들의 움직임이 같은 이치인지조차 몰랐다. 다만 힘으로 자리를 차지하려던 발을 풀었을 때, 다음 발을 놓을 땅이 보였다는 감각만 남았다. 어깨는 아팠고 창자루에는 금이 갔다. 그가 고수들의 싸움에서 가져온 것은 승리가 아니라 죽지 않은 한 걸음이었다.
아우는 어깨를 움츠린 채 창을 두 번 내밀고 세 번째에 소호를 잡아당겼다. 도끝이 방금 소호의 옷이 있던 자리를 찢었다. 몸이 먼저 위험한 선을 벗어났지만, 아우는 도망칠 만큼 멀리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와 빈자리를 메웠다. 누구에게서 배운 어떤 무공인지 떠올리지 못했다. 창대가 부러지자 그는 도를 주워 삼재검법의 짧은 가로막기를 썼다. 막은 것은 단유백의 장력이 아니라 평범한 검수의 한 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팔이 저렸다.
나는 세 해 동안 창을 들었다. 백리혁은 손목 하나로 우리가 겨우 지킨 줄을 열었다. 내가 저 경지에 닿을 수 없다고 생각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부터 선택받은 사람이 다르다고 하면 내 책임이 줄어든다. 소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빠져 버린 한 걸음이 죽을 자리였다. 나는 도를 다시 들었다.
해가 높아질수록 선봉은 뒤로 밀렸다. 강만수는 퇴각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부상자와 수레가 지날 통로”를 만들라고 했다. 곽삼복이 쓰러진 깃발을 집어 들자 적의 창이 옆구리에 박혔다. “으악!” 삼복은 넘어지면서도 깃대를 아우 쪽으로 밀었다. 아우와 소호가 그를 끌어냈다. 본대의 북이 들릴 때 만수의 백호소는 이미 절반 가까이 흩어지거나 쓰러져 있었다.
명군 본대는 늦게 도착한 게 아니었다. 예정된 길로, 예정된 시각에 강을 건넜다. 앞서 온 선봉이 그때까지 버틸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틀렸다. 조경산은 말 없이 전령에게 문파 장로들의 피해와 숲에서 나온 새 깃발을 적게 했다. 누가 그 정보를 놓쳤는지 묻기에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밤이 내려도 둑 아래에서는 의원을 찾는 소리와 다친 말의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