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04 · 초고

돌까지 세 걸음

넘어지지 않는 법부터.

아우는 돌까지 세 걸음을 남겨 두고 또 발이 꼬였다. 넘어질 때마다 나뭇가지를 앞세워 땅을 짚으니 손바닥에 상처가 하나씩 늘었다.

진노야는 나뭇가지를 거두었다. “오늘은 그걸 들지 마라.”

“그럼 뭘 합니까?”

“서 있어라.”

아우는 말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진노야는 그의 두 발을 어깨 너비로 벌려 놓고 무릎을 조금 굽혔다. 발끝은 곧게, 어깨는 내려놓으라고 했다. 아우가 잠깐 숨을 참자 이번에는 숨을 쉬라고 했다.

물 한 바가지를 우물에서 공터까지 쏟지 않고 옮기는 일도 시켰다. 빨리 걸으면 물이 넘쳤고, 느리게 걸으면 팔이 먼저 떨렸다. 오후에는 빈 바가지를 들고 같은 길을 오갔다. 아우는 어느 쪽이 더 쉬운지도 알 수 없었다.

“이게 무예입니까?”

“넘어지지 않고, 숨이 남아 있고, 내일 다시 움직일 수 있으면 그걸로 됐다.”

진노야는 말끝을 흐리고 산 너머를 보았다. 얕은 안개가 골짜기에 걸려 있었다. 문득 무당산의 새벽이 떠올랐다. 돌계단마다 물기가 맺히고, 자소궁의 오래된 지붕 너머로 옅은 햇빛이 올라오던 시간. 남암의 절벽에 기대 선 전각 아래에서는 바람이 종소리를 낚아채 골짜기 쪽으로 흩어 놓았다. 아직 젊었던 그는 새벽마다 그 길을 올랐다. 동문들의 발소리가 뒤따르고, 뜰에는 젖은 소매를 털며 서 있는 제자들이 있었다.

그곳이 그리웠다.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할 때도 있었지만, 산은 그리웠다. 세월이 지나도 길을 잊지 못하는 발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었다.

아우가 또 물을 엎질렀다. 진노야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바가지가 기울기 전에 네 어깨가 먼저 기울었다.”

그는 아이의 어깨와 숨을 보았다. 한 번 가르쳐 두면 스스로 길을 찾는 아이들이 있다. 아우는 아니었다. 조금 전에 바로잡은 자세도 돌아서면 흐트러졌다. 진노야는 속으로만 그 사실을 확인했다. 정식 제자도 아닌 아이에게 문중의 무예를 함부로 가르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무예가 사람을 강호의 일로 끌어들이는 순간을 그는 너무 많이 보았다.

서른 해 전의 일이 잠깐 떠올랐다. 함께 길을 나섰던 이들은 모두 옳은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일이 끝났을 때에도 그 말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진노야는 그 뒤로 한 번도 무당산에 돌아가지 않았다.

“진노야?”

아우가 빈 바가지를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 진노야는 마른 흙 위에 짧은 선을 그었다.

“누가 네 앞을 막으면 이 선 안으로 달려들지 마라. 옆으로 한 발 비켜서라. 그다음에는 뛰어라.”

“싸우는 법은 안 가르쳐 주십니까?”

“네가 바란 건 다음에도 어머니 곁에 서 있는 것 아니더냐.”

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노야는 선을 다시 그었다. 발을 딛고, 몸을 낮추고, 피한 뒤 달리는 법. 강호를 떠도는 자라면 누구나 알 만한 기초였다. 진노야는 그 이상을 보태지 않았다. 아이가 건강한 몸으로 자라 이 마을에서 밭을 갈기를 바랐다.

아우는 발을 옆으로 옮겼다. 너무 크게 내디뎌 다시 비틀거렸다. 진노야는 이번에도 손을 뻗지 않았다. 아우가 제 힘으로 균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