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벌대가 첫 반란군을 만난 것은 좁은 나무다리 앞이었다. 짐수레를 끌고 달아나던 열댓 명이 다리 건너에서 화살을 쏘았다. “방패!” 소리에 선두가 몸을 숙였지만 늦은 병사 하나는 화살에 뺨을 꿰뚫린 채 무릎을 꿇었다. 옆 사람이 그를 끌어당기다 손등에 두 번째 화살을 맞았다. 병사들은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명령을 들었으나 방패 밖으로 발을 내밀지 못했다. 그 사이 가문의 표식을 단 젊은 창수가 물가로 내려갔다.
그는 창대를 짧게 쥐고 물속의 돌을 밟아 사선으로 건넜다. 그를 따라 돌아오는 활을 창끝으로 쳐 시위를 끊고, 위를 찌르는 척하다 창대를 돌려 궁수의 무릎 뒤를 쓸었다. 뒤의 사내가 도를 빼 들자 창수는 배운 대로 창을 반 바퀴 돌려 도날을 밖으로 밀어냈다. 다음 찌르기는 평소 멍석에 표시한 점을 겨누던 초식이었다. 창끝이 사내의 옆구리에 박히자 손잡이까지 뜨거운 저항이 전해졌다. 창수는 얼어붙었다. 사내는 창대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병사들이 그 옆을 지나 수레를 차지하자 환호가 터졌지만, 창수는 창을 뽑은 손을 잠시 펴지 못했다.
사흘 뒤 갈대밭에서는 관군의 길잡이를 붙잡은 반란군 넷이 좁은 물길에서 버텼다. 회색 옷의 승려가 봉을 세워 창을 옆으로 흘리고 반 보 옮겨 길잡이 앞을 막았다. 봉 끝으로 손목을 쳐 창을 떨어뜨리는 것은 수없이 익힌 제압의 초식이었다. 그런데 곁에서 병사 하나가 도에 목을 베여 쓰러졌다. 승려는 한순간 빈 곳을 보았다. 창을 놓친 사내가 단도를 집으려 몸을 숙이자, 승려는 봉을 돌려 그의 머리 옆을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가 물 위를 건넜다. 사내의 몸이 갈대 속에 꺾여 들어갔다. 승려는 단도를 집어 들지 못한 손을 내려다보았다.
“원래는 사람을 다치지 않게 막는 법을 가르쳤지.” 함께 걷던 화산파 장로 고송검 유청림(柳靑林)이 말했다.
승려가 대답했다. “그렇게 막다가 우리 편이 죽는 것도 보았소.”
다음 고을에서는 반란군이 물러났다는 소식이 왔다. 토벌대장은 전령이 가져온 승리 장계보다 강호인들의 빠른 손을 더 믿게 되었다. 이틀을 쉬어 정찰대를 넓게 보내자는 부장의 말을 끊었다.
“저들이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따라붙는다. 강호의 고수들이 앞을 열어 줄 것이다.”
그날 해 질 무렵, 군대는 마른 강바닥에 내려섰다. 물이 말라 드러난 바닥은 넓어서 여러 줄로 걸을 수 있었다. 양쪽에는 깎인 둔덕과 갈대가 이어졌다. 낮은 곳으로 들어서자 병사들의 시야에서는 둔덕 너머가 사라졌다.
검객이 말고삐를 잡았다. “위쪽을 먼저 살펴야 하오. 여기서는 창이 닿기 전에 돌이 떨어지겠소.”
“적은 앞에 있다.” 대장은 멀리 보이는 수레의 먼지를 가리켰다. “지금 놓치면 본진까지 달아난다.”
그 수레는 본진으로 달아나는 반란군이 아니라 이 땅을 지키는 병력이 내놓은 미끼였다. 마지막 관군의 수레가 강바닥에 내려서자 양쪽 둔덕에서 깃발과 함께 화살이 솟았다. 하늘이 잠깐 검어졌다. 첫 줄의 병사들이 방패를 올렸고, 그 사이로 내려온 화살이 짐꾼의 목에 박혔다. 그는 숨을 쉬려 입을 벌렸으나 피만 흘렀다. 둔덕에서 굴린 돌은 수레 축을 부러뜨리고 말의 다리를 꺾었다. 말이 쓰러지며 병사 둘을 바닥에 눌렀다. 뒤편 갈대에는 불이 붙었다.
“대열을 유지하라!” 대장이 외쳤다. 한 병사는 떨리는 손으로 창을 쥐고 앞사람의 등에 바짝 붙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뒤로 가면 명령을 어기고, 앞에 남으면 화살을 맞았다. 앞줄에서 반란군의 긴 창이 방패 틈을 파고들어 병사의 배를 찔렀다. 곁 사람이 창대를 붙잡아 빼내려 했으나 병사는 손으로 상처를 누른 채 주저앉았다. 누군가는 어머니를 불렀고 누군가는 귀를 막았다. 화염을 피하려다 뒤로 밀린 병사들이 넘어지며 서로를 밟았다. 짐수레 하나가 옆으로 쓰러져 좁은 출구를 막았다. 군기 하나가 진흙에 끌렸다.
둔덕 위의 반란군도 두려웠다. 낯익은 농기구 대신 관군에게서 빼앗은 창을 든 자는 아래의 방패가 다가올 때마다 손이 흔들렸다. 옆의 궁수가 소리쳤다. “쏴! 저들이 올라오면 우리 차례야!” 그는 다시 활을 당겼다. 화살 하나가 관군의 눈 아래에 꽂혔다. 위와 아래의 사람들은 모두 살아남으려 먼저 사람을 죽였다.
검객은 말을 버리고 좁은 틈으로 들어갔다. 장검을 크게 휘두를 공간도 없었다. 창을 검등으로 눌러 흘리고 발을 사선으로 옮겨 방패 안으로 붙었다. 상대가 빈손으로 칼날을 잡자 손가락 사이로 피가 쏟아졌다. 검객은 칼끝을 비틀어 빼고 상대의 가슴 아래를 찔렀다. 몸이 무너지는데도 칼이 쉽게 빠지지 않았다. 그는 발로 상대를 밀어 검을 빼냈다. 한때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고 칼을 거두던 그 초식은 이제 가장 가까운 틈을 찾아 깊이 들어갔다. 검객은 검신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볼 틈도 없이 다음 사람의 목을 겨누었다.
“그만!” 뒤에 선 동문 고수가 외쳤다. “쓰러진 자는 건드리지 마라. 길부터 열어!”
창수는 부러진 수레 옆에서 몸을 낮췄다. 긴 창을 돌릴 수 없어 손을 창날 가까이 옮겼다. 창대로 화살 두 대를 밀어 냈지만 세 번째는 왼팔에 박혔다. 그는 비명을 삼키고 창끝으로 수레 밑의 밧줄을 끊었다. 앞에서는 도를 든 반란군이 수레 위로 올라왔다. 창수가 배운 짧은 찌르기로 그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사내가 넘어져도 창수는 즉시 창을 거두지 못했다. 조금 전 나무다리에서 죽인 사람의 손이 떠올랐다. “바퀴를 들어!” 병사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병사들이 수레를 옆으로 밀었다. 승려는 불길 쪽에서 봉을 땅에 박고 쓰러진 병사 둘을 끌어냈다. 봉 끝에 피가 묻어 있는 걸 보고서야 그는 자신이 누구를 쳤는지 다시 떠올렸다.
두 세가의 기마수들은 말을 버리고 가파른 둔덕을 올랐다. 앞사람이 방패로 돌을 받는 동안 뒤의 고수가 비탈의 사각으로 돌아 활잡이의 팔을 꺾었다.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활이 떨어졌다. 다른 자가 도를 내리치자 그는 칼집으로 받아냈지만 충격에 무릎을 꿇었다. 곁의 동문이 짧은 도로 상대의 허리를 베어 겨우 구했다. 두 사람은 피 묻은 손을 마주 보고도 승리를 외치지 못했다. 높은 곳의 화살이 잠시 끊긴 틈에 아래에서 부상자들이 빠져나왔다.
그 틈으로 관군이 부상자부터 빼냈다. 강호인들이 둔덕을 지키는 동안 병사들은 쓰러진 수레를 넘어 강바닥을 빠져나왔다. 반란군은 깊이 추격하지 않았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땅을 지키고, 관군에게 치러야 할 값을 치르게 한 것으로 충분했다.
해가 지자 토벌대장은 병력을 세었다. 군기가 넘어졌던 자리에는 주인을 알아볼 수 없는 갑옷이 여럿 남았다. 빠져나온 병사들 중에도 화살대를 부러뜨린 채 걷는 사람이 있었다. 강호인들이 길을 열었지만 전투를 이긴 것은 아니었다. 먼저 뛰어들었던 젊은 자제는 팔의 상처를 동여매며 말했다. “내 초식은 적을 제압하는 법이었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피가 흐르는 손을 보고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어디부터가 제압이었지?”
회색 옷의 승려가 물을 건넸다. 손을 씻어도 손톱 사이의 붉은빛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오늘 우리가 지킨 건 사람입니까, 장계에 적힐 이름입니까?”
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유청림은 검날을 닦다 멈췄다. 칼을 거두는 때를 먼저 배우던 제자들이 오늘은 살기 위해 칼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적뿐이었을까. 더 빨리 가자고 말한 대장 앞에서, 자신도 길이 위험하다고 한 번 말한 뒤 침묵했다. 그는 피가 묻은 천을 접지 못했다.
밤이 깊자 부장이 살아남은 전령 하나를 불렀다. “가까운 마을에 사람을 보내라. 부상자를 누일 곳과 물이 필요하다. 돌아가는 길도 다시 살펴야 한다.”
전령은 어둠 속의 산길을 떠올렸다. 그 길 끝에는 얼마 전 군량을 가져온 작은 마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