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08 · 초고

검은 명부

어린 이름이 군역 명단에 올랐다.

징발문이 마을에 닿았을 때, 촌장은 아우가 장작을 쌓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관군의 곡식 수레가 떠난 뒤 겨우 다시 세운 겨울 계획이 그 한 장의 종이 앞에서 무너졌다.

“패전으로 병력이 모자란다. 집마다 일할 수 있는 남자를 하나씩 내어라.” 서리가 명부를 펼쳤다. “농토는 누가 지키느냐고 묻지 마라. 반란군이 오면 농토도 없다.”

촌장은 열다섯인 아우를 빼 달라고 했다. 어머니도 아들이 어리다고 말했다. 서리는 이미 적힌 이름에 붓끝을 얹었다. “지금 수레를 밀고 있지 않느냐. 걸을 수 있으면 짐을 옮길 수 있다.” 다른 집에서도 울음소리가 났다. 아버지 대신 나온 아들, 병든 형을 둔 동생, 혼자 논을 지키던 사내가 차례로 불렸다. 거부한 집에는 병사들이 남았다.

아우는 이름을 지워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 손에서 명부를 빼앗을 수도 없었다. 그에게 처음 주어진 군역은 창이 아니라 보급 수레를 끌고 부상자를 나르라는 명령이었다. 전장에 나가면 언제까지 그 일만 하게 될지는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

밤에 진노야가 그를 공터로 불렀다. 두 사람이 그은 선이 여러 번의 비를 맞아 흐려져 있었다.

“가르치지 않으려 했다.” 진노야가 말했다. “너는 이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이제 남들이 정한 길로 가야 하는구나.”

진노야는 나뭇가지 하나를 창처럼 들고 아우의 가슴을 겨눴다. 먼저 한 걸음을 옆으로 옮겼다. 뻗어 오는 끝을 손목으로 막지 않고 팔과 몸통 사이로 흘렸다. 발은 상대의 바깥쪽에 닿고, 허리가 돌아가자 창을 밀던 힘이 빈자리로 지나갔다. 진노야의 손바닥이 창대의 뒤쪽을 감싸자, 그의 몸과 함께 창끝도 원을 그리며 돌아갔다. 목을 찌를 수도 있었다. 그는 대신 창대를 아래로 눌러 상대의 길을 열어 두었다.

“태허회신(太虛回身). 무당의 절정초식이다. 정식 제자에게도 함부로 보이지 않는다.”

아우가 흉내 냈다. 첫 시도에 발이 늦어 나뭇가지가 가슴을 쳤다. 두 번째에는 팔로 창을 막다가 손목을 삐었다. 진노야는 달빛 아래 같은 순서를 처음부터 다시 보여 주었다.

“이 초식의 끝은 상대를 죽이는 손에도, 보내 주는 손에도 있다. 어느 쪽을 고를지는 그때 네가 정해라. 하지만 지금 네가 익힐 수 있는 건 첫발뿐이다. 공격선에서 벗어나 살아라. 나머지는 몸이 따라올 때까지 몇 해고 되풀이해야 한다.”

그가 문중의 금기를 깨고 있다는 사실을 아우는 몰랐다. 진노야는 세 번째에 다시 넘어지는 아이를 보고도 가르친 일을 거두지 않았다.

아우가 집으로 돌아오자 다친 사내가 지붕에서 내려와 있었다. 비 새던 자리에 새 나무판이 얹혀 있었다. 그는 품 안에서 검은 조각을 꺼냈다. 헛간에서 촌장이 맡아 두었다가 돌려준 그 조각이었다. 달빛에 비추자 검은 옥의 한쪽 모서리에 이가 빠진 자국이 보였다.

“내가 떠나야 한다. 관군이 돌아오면 나를 찾을 거다.”

“같이 가시면 안 됩니까?”

“네 곁에 있으면 네 어머니까지 위험해진다.” 사내는 옥패를 아우의 손에 쥐여 주었다. “훗날 정말 혼자서는 안 될 때, 이 문양을 아는 사람을 찾아라. 내게 진 빚이 있는 사람들이 너를 도울 거다.”

“이걸 보이면 아저씨를 찾을 수 있나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보이지 마라. 같은 물건을 보고 구해 주려는 사람도 있고, 너를 죄인이라 부를 사람도 있다.”

아우는 뜻을 다 알지 못했다. 옥패의 모서리가 손바닥을 눌렀다. 그가 올려다보았을 때 사내는 마당 바깥 어둠으로 이미 걸어가고 있었다. 떠나는 걸음을 막으려다 아우는 멈췄다. 어머니가 문간에 서 있었다.

다음 날 새벽, 아우는 짐을 메고 촌장 앞의 줄에 섰다. 진노야가 가르친 첫발을 속으로 되짚었다. 옥패는 옷 안쪽에 숨겼다. 그것이 누구의 손에서는 도움의 증표가 되고 누구의 손에서는 누명의 근거가 될지, 아직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