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 막간 2 · 초고

두 장의 지도

같은 길이 두 진영에 다른 뜻으로 건네졌다.

새 지원군의 명단은 황실에서 봉해지기도 전에 동쪽 창을 가린 방으로 들어갔다. 내관은 이름 옆에 얇은 붉은 줄을 그었다. 위청악과 마원정이 뽑은 선봉, 장도원과 임정현의 뜻을 거슬러 오경문과 당욱이 올린 검수들, 거절하지 못한 세가의 자제들이었다.

어둠 속의 사람이 물었다. “누가 제일 먼저 물러서겠느냐?”

“토지를 얻겠다는 자들이 앞서 나갈 겁니다. 그러나 손실이 나면 백성을 위해 싸웠다고 말하겠지요. 장문인의 뜻을 거스른 장로들은 승전하면 자신들의 공으로 돌릴 것이고, 패하면 장문인 탓을 할 겁니다.”

“그렇게 되도록 길을 나누어라. 같은 황명을 받았어도 서로 다른 전장을 보게.”

내관은 반란군 본진의 위치가 적힌 지도를 펼쳤다. 황실은 그곳을 치려 했다. 어둠 속의 사람은 지도를 찢어 한 장만 내관에게 돌려주었다. 나머지 장에는 관군의 보급로와 지원군이 도착할 날짜가 적혀 있었다.

“이것도 전할까요?”

“반대편에 닿게 해라. 다만 우리가 보냈다는 흔적은 없어야 한다.”

그날 밤, 검은 옷의 사자가 산을 넘어 반란군 진영 가장자리로 갔다. 그를 맞은 것은 모든 반란군이 아니었다. 마교의 혈월사 연자희(燕子姬)와 그를 따르는 소수, 사파의 귀도 섭구(聶九)가 보급을 맡은 반란군 지휘관 곽지평(郭志平)과 따로 천막을 쓰고 있었다.

“관군이 쉬어 가는 성채와 새 지원군의 길이다.” 사자가 접은 종이를 건넸다.

섭구가 종이의 결을 살폈다. “황실이 우리에게 길을 알려 준다고? 우리가 이기면 너희도 곤란할 텐데.”

“어느 쪽이 이기는지가 전부는 아니지.”

사자는 다른 종이도 꺼냈다. 반란군의 곡식이 모이는 곳과 사흘 뒤 비가 오면 건널 수 없을 지점이 표시돼 있었다. 섭구가 물었다. “우리 편의 길까지 주는 까닭은?” “이 종이를 받을지 말지도 너희 선택이니까.” 사자는 웃지 않았다. 그가 사라진 뒤 연자희는 종이의 물길을 손톱으로 따라갔다. 어제까지 자신들이 지킨 길이었다. 이 자가 마음만 먹었다면 관군에게도 같은 것을 보냈을 것이다.

“동쪽 창의 방은 하나가 아니야.” 연자희가 말했다. “어느 문파의 사람을 죽일지만 세는 자가 아니야. 창고를 빌리고 역참의 말을 바꾸고 장계를 옮기는 손이 따로 있어.” 섭구는 웃음을 거뒀다. “그러면 우린 누구와 거래한 거지?” “우리가 서로에게 비밀이라고 여기는 길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자.”

곽지평은 그날 군량을 받으러 온 마을 사람에게 종이를 숨겼다. 전쟁의 어느 편에 서든 사람을 먹여야 한다는 게 자신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곡식 자루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채 사자가 건넨 지도를 품었다는 사실은 아침까지도 마음에 걸렸다.

연자희가 물었다. “우리가 어느 길을 치길 바라나?”

“선택은 너희가 하는 것이다. 다만 그 길로 네 문파와 두 세가의 고수들이 온다는 것만 기억해.”

곽지평은 말을 아꼈다. 그는 마을의 곡식을 빼앗긴 사람들이 모여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을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싸움에 왜 이름도 모르는 자들이 길을 알려 주는지, 이제는 자신도 대답하기 어려웠다.

사자가 떠난 뒤 연자희는 화톳불에 종이의 모서리를 가져갔다가 멈췄다. “이 자들은 우리를 이기게 하려는 게 아니야. 서로 죽게 하려는 거지.”

“그걸 알아도 이 길을 버릴 수 있나?” 섭구가 물었다.

연자희는 종이를 접었다. “버리진 않는다. 대신 우리가 당할 길도 살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