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성산 아래에서 마지막 수레가 멈췄다. 호송대는 이미 여러 고을에 곡식과 약재를 내렸고, 남은 것은 청성에 건넬 현물과 큰 지급 문서였다. 강이준은 이것을 넘기고 수령증을 받아 돌아가면 임무가 끝난다고 했다. 곽삼복은 바퀴에 박힌 돌을 빼며 “이번엔 길이 먼저 끝나네” 하고 웃었다. 아우는 그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길이 끝나면 누구의 이름이 어디에 남을지부터 떠올랐다.
청성의 산문에는 11화의 싸움에서 돌아온 허영과 양설이 서 있었다. 허영의 팔에는 아직 흰 천이 감겼다. 양설은 소호가 들고 온 약재함을 먼저 받았다. 그들은 전장에서 잃은 제자와 산길에서 다친 사람의 이름을 알았다. 아우도 그들이 검주 남쪽의 아이를 위해 검을 들었던 것을 보았다. 그래서 대청에서 터져 나온 소리가 더 뜻밖이었다.
조정의 새 공문이 호송대보다 한나절 먼저 도착해 있었다. 황제의 재가가 찍힌 문서는 이번 지급을 끝으로 전사자와 부상자 보상 물자의 추가 운송을 멈추고, 남은 창고 물자를 변경의 군량과 방비에 돌리라고 했다. 그 명령의 배후를 아는 사람은 대청에 없었다. 청성 장문 임정현은 멈춰 선 수레보다 먼저 그 문서의 마지막 줄을 읽었다. 앞으로 받기로 한 몫은 어디에도 없었다.
강이준이 이번에 도착한 물자와 지급 문서를 폈다. 청성이 보관한 약속의 사본에는 제자 치료와 구호 인력의 몫이 따로 적혀 있었다. 호송대가 가져온 정본에서는 그 액수가 줄어 있었다. 빠진 부분의 옆에는 제갈세가가 군량과 정보를 대신 조달했다는 문구와 다른 관인이 붙어 있었다. 석두가 낙양에서 베껴 온 지급 항목을 펼치자 액수가 맞아떨어졌다. 청성의 몫이 제갈의 항목으로 옮겨간 것이다.
장로 당욱이 먼저 제갈과의 별도 약정을 들고 나왔다. 전쟁 때 청성은 일부 병력의 배치와 보고 날짜를 제갈 쪽 장계에 맞춰 주기로 했고, 그 대가로 보상액을 크게 받기로 했다. “우리는 적어도 제자들의 치료비는 남을 줄 알았습니다.” 당욱의 말에 임정현이 물었다. “그 날짜를 바꿀 때 내게도 사실대로 말했소?” 당욱은 대답하지 않았다. 제갈은 청성의 서명이 든 약정을 먼저 써먹고, 자기 몫을 관고에서 빼냈다. 청성은 이용당했지만 거래에 손을 댄 사실도 지울 수 없었다.
아우는 그중 어느 장계가 누구를 위험에 빠뜨렸는지 몰랐다. 다만 청성의 약속 사본에 찍힌 인장과 정본의 다른 액수를 볼 수 있었다. 강이준이 말했다. “저희는 이만큼을 실어 왔습니다. 차액은 미지급으로 적고 문서를 올리겠습니다.” 당욱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쳤다. “제갈이 가져간 몫을 우리에게 왜 표사가 설명하오?” 소호가 답했다. “우리가 빼돌린 게 아니니까 설명하는 겁니다.”
청성의 젊은 제자 몇이 문을 가로막았다. 그들은 부상당한 사형을 돌볼 돈도 없이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문서함을 두고 가시오. 제갈의 인장이 찍힌 원본을 돌려받기 전에는 아무도 못 나갑니다.” 강이준은 황실 문서를 넘겨줄 수 없다고 했다. 허영이 제자들의 앞을 막으며 기다리라고 했지만, 당욱은 이미 사람을 불러 세웠다. “우리가 받아야 할 몫의 증거다. 봉함을 열어라.”
첫 칼은 누구를 베려고 나온 것이 아니었다. 문서함의 끈을 끊으려던 검을 소호가 창대로 막았다. 쇠가 튀며 군졸의 뺨을 갈랐다. 곧 옆문에서 들어온 제자들이 수레의 앞뒤를 갈랐다. 강이준이 창끝을 낮추고 물러서라 외쳤다. 대청 안쪽에서는 임정현이 다른 장부를 대조하느라 뒤늦게 소란을 들었다. 그가 나왔을 때는 문밖에서 이미 사람이 쓰러지고 있었다.
청성의 검은 전장에서 아우가 멀리 바라보던 것보다 가까웠다. 한 제자의 현죽연검이 문서함을 멘 석두의 팔을 노렸다. 아우는 삼재검법의 첫 베기로 날을 막고 둘째 발을 비껴 놓았다. 제자가 검을 되돌릴 자리까지 보려 했지만, 상대는 그 빈곳을 비워 두고 소호의 옆으로 돌아갔다. 아우가 따라갈 때 다른 칼끝이 허벅지를 찢었다. 그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수레바퀴에 손을 짚었다. 석두가 문서함을 끌어안고 곽삼복 쪽으로 뛰었다.
곽삼복은 지팡이를 문틈에 가로질러 달아나는 길을 열었다. 다친 다리는 제자들의 검보다 늦었다. 그는 소호를 밖으로 밀어내고 문턱에 남았다. 아우가 다시 돌아섰을 때 곽삼복은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옆의 수레꾼도 일어나지 못했다. 군졸 둘이 수레 아래에서 피를 흘렸다. 양설은 제자들에게 검을 거두라고 소리쳤고, 허영은 자기 사형의 칼을 검등으로 눌렀다. 그러나 대청과 마당에 흩어진 사람들을 한 번에 멈출 수는 없었다.
강이준이 문서함 앞을 지켰다. 제자 하나가 달려들자 그는 창을 가로로 세워 밀었다. 다른 검이 겨드랑이 아래로 들어왔다. 강이준은 석두가 벽 뒤로 빠질 때까지 창을 놓지 않았다. 소호가 되돌아왔을 때 그의 손에는 이미 힘이 없었다. 강이준은 수령증을 받아 돌아가야 한다는 말 대신, 아우와 석두가 있는 쪽을 잠깐 보았다. 그 눈길이 끝나자 창이 땅에 닿았다.
“그만두어라.” 임정현의 목소리는 늦었지만 마당 끝까지 갔다. 청성의 제자가 또 한 걸음 나서자 그는 직접 검을 내려쳤다. 제자의 칼이 돌에 떨어졌다. “제갈이 빼앗은 돈을 이 사람들의 피에서 찾을 셈이냐?” 당욱은 얼굴이 굳은 채 손을 내렸다. 더 싸우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쓰러진 이들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다.
임정현은 의원을 부르고 산문을 열었다. 허영과 양설이 먼저 호송대 부상자를 옮겼다. 아우는 찢어진 허벅지보다 곽삼복의 지팡이가 눈에 밟혔다. 전날까지 수레 바퀴의 소리를 듣던 사람의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청성에서 제자를 살리려던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다. 그 마음으로 제갈과 거래하고, 제갈에게 속은 분노를 수레를 지키던 사람에게 돌린 것 또한 사실이었다.
밤새 강이준과 곽삼복, 군졸 둘, 수레꾼 한 명의 이름이 장부에 새로 적혔다. 석두는 다친 팔로 다섯 줄을 베끼다 붓을 놓았다. 아우는 그 옆에서 아무 말도 못했다. 제갈세가의 이름을 입에 올린 사람은 많았지만, 그 집에서 이곳까지 검을 들고 온 사람은 없었다. 눈앞의 사람을 베어 쓰러뜨린 것은 청성의 검이었다. 아우는 또 한 번 정의라는 말이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