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 6 · 초고

남겨 둔 발

동관에서 낙양까지, 아우는 화산에서 받은 한 검의 까닭을 되짚는다.

동관의 성문이 보일 때까지 아우는 오른쪽 옆구리에 손을 대지 않으려 애썼다. 손을 대면 소호가 수레에서 쉬라고 할 것이었다. 강이준은 이미 그에게 앞줄 대신 가운데 수레를 맡겼다. 화산에서 받은 약재를 갈아 바르자 숨 쉴 때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러나 나운백의 검이 오기 전에 자기 발을 어디에 놓았는지는 날이 저물도록 떠오르지 않았다.

동관의 관리는 봉인을 확인했고 석두는 문파에 넘긴 문서의 수령란을 베꼈다. 화산이 적어 넣은 이의 문구도 함께 남았다. 강이준은 보고서를 봉하며 “길에서는 검을 뽑지 마라”고 했다. 아우는 “제가 먼저 뽑은 것은 아닙니다”라는 말을 삼켰다. 자신이 검을 거두지 않은 순간도 있었으므로.

행렬은 동관을 나와 영보를 지났다. 길이 좁아지면 곽삼복이 나무 쐐기를 챙겼고, 석두가 마을마다 받은 물품의 수를 다시 읽었다. 이번 구간에서는 봉인이 깨지지도, 명부에 없는 물건이 나오지도 않았다. 수령인은 황제의 은혜에 감사한다는 정해진 말을 했고, 호송대는 도장을 받아 다음 길로 갔다. 별일 없는 하루가 이토록 많은 사람의 손으로 이어지는지 아우는 전쟁 때 알지 못했다.

잠자리에서 소호가 다친 곳을 보고 말했다. “화산 제자와는 제법 맞섰잖아.” 아우는 고개를 저었다. “장로는 내가 갈 자리를 먼저 알더라.” “그래도 서 있었지.” 소호는 등을 돌리고 잤다. 아우는 칭찬을 붙들지 않았다. 전유 앞에서 멈춘 검은 자기 것이었지만, 장로 앞에서 끊어진 다음 초식도 자기 것이었다.

아우는 삼재검법을 처음 배울 때 가로베기, 내려베기, 찌르기를 사람의 이름처럼 외웠다. 검을 잘 쓰는 이들은 더 많은 이름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산에서 손목이 버텨 준 것은 이름이 아니라 해마다 같은 높이로 돌아온 검끝이었다. 두 번째 발을 서둘러 따라 붙이지 않자 몸이 한 번 더 돌아설 곳이 생겼다. 나운백은 바로 그 남은 곳까지 읽어 냈다. 아우는 검이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처음으로 묻기 시작했다.

진노야는 오래전 땅에 발자국 두 개를 그려 놓고 어느 발로 먼저 갈 것이냐고 물었다. 아우는 앞에 놓인 발을 가리켰다. 노인은 대답을 고쳐 주지 않고 뒤에 남은 발자국을 지웠다. 그때는 괜한 장난이라고 여겼다. 이제 생각하니 나아간다는 마음이 너무 앞서면 뒤에서 몸을 받쳐 줄 자리를 스스로 없애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곧 새로운 검법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한 번의 깨달음으로 맞은 상처가 없어지지도 않았다.

다음 날부터 아우는 검을 세 번만 휘두르던 습관을 바꿨다. 첫 초식을 하고 발을 멈춘 뒤, 어디로든 몸을 옮길 수 있는지 살폈다. 시도할수록 더 자주 뒤뚱거렸다. 수레꾼들은 그가 옆구리 때문에 걸음을 잘못 딛는다고 여겼다. 아우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저녁의 짧은 연습은 남에게 보일 만한 무공이 아니었다.

영보를 지난 역참에서 낙양으로 보낼 지급 목록이 합쳐졌다. 석두가 책장을 넘기다 손을 멈췄다. 제갈세가의 이름 아래에는 실물 곡식과 천 외에 지정 관고에서 찾을 수 있는 큰 지급 문서가 붙어 있었다. 다른 문파의 수령액보다 자릿수가 컸다. 전사자 가족의 작은 몫을 잇달아 읽어 온 소호가 명부를 들여다봤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나?” 석두는 전장 인원만으로 산정한 액수가 아니라고 했다. 군량 조달과 정보 제공 항목이 함께 적혀 있었다.

강이준은 그 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장부를 운반하는 우리가 액수를 고칠 수는 없다.” 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산에서 백소진의 가족 몫을 따로 찾지 못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누구에게 얼마를 주는지 묻는 일이 황제의 명을 거스르는 것인지, 황제의 명이 엉뚱한 사람에게 닿지 않게 하는 일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

낙양 성곽이 먼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통증은 거의 가셨지만 아우는 검을 잡을 때마다 나운백의 손바닥이 어깨에 닿던 순간을 떠올렸다. 소호가 명부를 다시 접어 문서함에 넣었다. “이번엔 입부터 닫으라고 하지 마.” 아우는 잠시 웃고 말했다. “입을 열기 전에 뭘 물을지 정하자.” 그는 수레가 성문을 통과할 때까지 제갈세가의 지급 항목을 속으로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