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권 · 막간 · 초고

멀리서 열린 문

마을 밖에서는 전쟁의 보상과 황위의 미래를 놓고 사람들이 다른 계산을 시작한다.

화산의 산문에는 봄꽃이 피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유청림은 왼팔을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는 이대 제자에게 검을 쥐는 법을 가르칠 때마다 백소진이 서던 자리를 피해 섰다. 위청악은 내려온 지원 명단을 손에 들었다. 황실이 약속한 토지 가운데 실제로 문파에 넘어온 것은 오래 다툼이 있던 땅 일부뿐이었다. 지붕의 무너진 기와를 고치고 전사자의 집에 곡식을 보내고 나면 검수들의 겨울 옷감도 부족했다.

“산문 앞 비석은 나중에 세웁시다.” 유청림이 말했다. “살아 있는 제자부터 먹여야 합니다.” 위청악은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은 약속을 받아 냈다고 믿었고, 제자들을 전장에 보낸 문주도 자신이었다. 돌비석에 먼저 이름을 새기면 무언가를 갚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유청림의 손이 떨리는 것을 볼 때마다 그 생각은 작아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탓하지 않은 채 같은 빈곳을 다른 방식으로 메우려 했다.

청성에서는 임정현이 돌아온 이들의 치료비를 먼저 냈다. 당욱은 그 사이 새로 들어올 제자들의 명단을 꾸렸다. 그는 돈을 어디에서 끌어왔는지 분명히 말하지 않았다. 임정현은 산문이 다시 북적이는 것이 반가웠다. 동시에 조명원의 방 앞에 놓인 빈 신발을 볼 때마다, 번듯해지는 길이 누구의 부재 위에 놓였는지 생각했다. 당욱도 새 현판을 달던 날 잠시 그 신발을 보았다. 마음이 불편했지만 현판이 걸리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버리지는 못했다.

제갈세가에서는 마당을 넓혔다. 새 돌계단을 밟고 들어온 손님들은 이것이 전쟁을 수습한 집안의 위엄이라 말했다. 제갈소연은 공사 장부와 전사자 명부가 같은 서랍에 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 제갈문형은 서랍을 닫지 않았다. “사람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함께 세어야 한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새 건물의 대들보를 보는 눈을 감추지 못했다. 소연은 그가 자기 말의 무게를 아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도성에서 멀리 떨어진 역참에, 전사자 집에 보낸 곡식이 아직 닿지 않았다는 장부 사본이 들어왔다. 황태자 주표가 그 장부의 수령 여부를 다시 확인하도록 했다는 말도 함께 왔다. 역졸은 같은 이름 아래 수령했다고 찍힌 도장과 받지 못했다는 탄원서를 나란히 펴 놓았다. 어느 쪽이 거짓인지 그가 정할 수는 없었다. 그는 두 장을 다시 봉하고 관아에 올렸다. 봉함에 묻은 풀을 말리는 동안 밖에서는 수레바퀴가 진흙에 빠져 사람들이 밀고 있었다.

며칠 뒤 길 위의 사람들이 본 변화는 고작 몇 가지였다. 전쟁 보상에 쓰일 창고 물자를 다시 세라는 지시, 여러 고을에서 올린 장부를 맞추라는 독촉, 북방의 위소에 보내는 군량을 먼저 통과시키라는 명령이었다. 도성에서 누가 누구와 만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서명과 관인만 보였다. 어떤 문서는 늦어졌고 어떤 문서는 놀랄 만큼 빨리 길을 건넜다. 누가 그 순서를 바꿨는지 역졸은 묻지 않았다.

제갈세가의 수레가 한 역참에서 밤을 넘겼다. 작은 상자 안의 표지 없는 종이들을 지키던 사람은 행선지를 말하지 않았다. 그보다 먼저 지나간 다른 사자는 북방으로 갔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았는지, 같은 지시를 받았는지도 그 길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나라가 세워지기 전부터 이어진 거래의 흔적은 그처럼 한 번에 읽을 수 없는 조각으로만 남았다.

멀리 떨어진 방에서 진노야는 책상 위의 낯익은 마을 이름을 보고도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다시 일을 맡으라”는 말은 부탁처럼 들렸지만, 거절하면 그 마을의 집과 사람을 하나씩 살피겠다는 뜻을 상대는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서른 해 전 자신이 그들의 손으로 했던 일에 다시 얽히고 싶지 않았다. 지난 몇 해 우물 줄을 갈고 아픈 사람의 물을 길어 주던 날들이 그의 마음을 겨우 붙들어 주었다. 그들을 따라나서는 동안 적어도 마을에 지금 당장 닿을 손 하나는 막을 수 있었다.

진노야는 어느 누구의 제자 이름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마을에서 그가 남긴 것은 큰 비급이 아니었다. 젖은 돌 밑의 나무쪽 한 장과, 누군가 살아 돌아왔을 때 앉을 수 있는 빈 의자뿐이었다.